지난 2월 25일 대한고려인협회 회장 선거에서 정영순씨(인천대 초빙교수)가 회장으로 선출되어 다음날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2월 25일 열린 대한고려인협회 회장 선거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정영순씨가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노송달 회장, 사진 왼쪽은 KIN지구촌동포연대 최상구 대표와 권경석 전국사할린귀국동포연합회 회장이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지난 2월 25일 열린 대한고려인협회 회장 선거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정영순씨가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노송달 회장, 사진 왼쪽은 KIN지구촌동포연대 최상구 대표와 권경석 전국사할린귀국동포연합회 회장이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재한동포=EKW) 김용필 기자 = 대한고려인협회는 지난 2월 25일 오후 3시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컨벤션센터에서 제3회 총회를 열고 이어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를 실시하였다. 2017년 창립 때부터 회장직을 맡아온 노송달 회장에 이어 향후 2년간 협회를 이끌어갈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이다.

선거는 채예진, 정영순 두 여성 후보의 경선으로 치뤄졌다.  두 후보 모두 협회 부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채예진 후보는 카자흐스탄국영방송 우리말 TV 기자, 아나운서, MC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 고려일보 기자로 활동한다. 정영순 후보는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 교수로 활동하였고 현재 인천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협회는 공정성과 대표성을 갖춘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오후 5시부터 두 후보의 공략을 경청하는 시간을 갖고 선거권을 갖고 있는 협회 회원 200여명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해 장영순 후보가 최종 선출되었다.  

 "고려인 동포의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자립심을 키워나가야 한다. 협회 회원간의 친목과 단합이 중요하다." 

정영순 신임회장이 경선과정에서 강조한 말이다. 러시아를 비롯해 CIS국가에 흩어져 사는 고려인 동포들이 한국에 와서 단합하는 모양새다. 특히 사할린 출신이 회장으로 선출되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정 신임회장은 선거 다음 날 <동포세계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사회는 경제선진국이 되었지만, 동포와 이민정책에 있어서는 선진국이 아닌 것 같다"며 "대한고려인협회가 단합된 힘으로 동포, 이주민을 위한, 공익을 위한 활동을 펼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거 경선 과정에서 질의문답 시간에 질문를 받고 답변을 해주고 있는 정영순 후보, 뒤로는 선거관리위원단이 선거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선거 경선 과정에서 질의문답 시간에 질문를 받고 답변을 해주고 있는 정영순 후보, 뒤로는 선거관리위원단이 선거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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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지난 2월 26일 오후 정영순 신임회장과의 20여분간 전화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기자: 회장으로 당선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선거날 주요하게 내걸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정영순: 우리는 다 구소련 나라에서 왔잖아요. 문화적으로 시민단체 역할이랑, 동포, 인권 의식이 많이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적으로 보면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키스탄 등 다르지만 한국에 와서는 법적 지위가 같은 고려인 동포이죠.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너머' 같은 단체 덕분에 리더들이 이렇게 7년째 끌어올리면서 우리도 많이 공부를 했거든요. 많이 배웠고 또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경험해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의 힘이구나!  우리 인권, 동포권, 그런 권리를 위한 무언가를 하려면 우리가 일단은 단체를 만들고, 그런 교육도 심어주고 그런 인식도 심어주고, 그리고 힘을 모아서 해나가야 된다. 이런 것을 사람들이 알기 시작한 것같습니다. 이제 깨달았다. 자기 권익을 위한 활동을 하려면 단체가 힘 있고 일치해야 된다. 그게 첫번째 펼친 주장이고,  
두 번째는 우리가 각각 나라에서 왔는데 여기(한국)에서 말이 안 통하니까 엄청 외로워요. 사람들이 외롭고 네트워킹이 없어요. 한국 사회의 특징을 보면 어렸을 때부터 관계가 엄청 중요하더라구요. 그래 서로 도와주고 밀고 서로 도움 주고 그렇게 해야지 우리가 좋은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회장 선거를 처음 치룬 것으로 아는데 민주적인 절차를 지키며 잘 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선거를 치루었나?

정영순 : 정관에 적혀 있습니다. 이런 이런 식으로 우리가 선거를 통해서 뽑는다. 이렇게 절차를 갖추고 이렇게 구성인원을 해서 한다. 이미 돼 있기도 하고 또  열심히 연구를 해서 절차대로 지켜서 했습니다. 

기자: 선거관리인단이 7, 8명 정도로 구성된 것같던데, 소개를 해준다면? 
정영순: 노송달 회장님이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선거의 공정성과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인사도 두 분을 모셨습니다. 한 분은 카자흐스탄 고려인동포협회 대표, 또 한 분은 우즈벡에서 부시장 같은 분이신데 우즈벡 동포협회 부의장, 그리고 협회 소속 인원 4명이 선거에 참여를 독려하고 선거결과를 집계하는 역할을 맡아서 했습니다. 

선거에서 후보자의 발표를 듣는 협회 회원들 현장 모습, 현장에 참서하지 못한 회원들은 온라인으로 중계된 영상으로 선거를 참관했다. 
선거에서 후보자의 발표를 듣는 협회 회원들 현장 모습, 현장에 참서하지 못한 회원들은 온라인으로 중계된 영상으로 선거를 참관했다. 

기자: 대한고려인협회가 국내 고려인동포사회의 대표적인 단체다. 이렇게 보아도 되나요?

정영순: 그럼요. 우리가 처음부터 단합된 하나의 단체로 나가야 된다고 해왔어요, 지금 중국동포 경우 제일 많은 동포 사회잖아요. 그런데 단체들이 많다보니 흩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보니 정부의 주요 행사에 초청을 못받고 있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노송달 회장님이 대표로 참석을 했습니다. 우리도 지역별 또 직업별 단체들이 있지만 협회 밑으로 단체들이 다 생긴 거예요. 작년에 생긴 단체만 세 개예요. 청소년단체, 독립운동가 후손단체, 상인단체, 그리고 노인단체도 생길 예정입니다. 

기자: 고려인 동포의 권익신장과 자립심을 강조했는데?

정영순: 사실은 기자님도 기억하시겠지만, 전에는 우리가 말을 못해서 우리가 항상 병풍으로만 섰잖아요. 이젠 우리가 말을 하든 못하든 간에 우리가 못해도 우리가 나서서 서류를 내야 된다. 
작년에 엄청 큰 업적으로 따진다면, 국회 기자회견이 있었잖아요. 우리가 그때 처음으로 제가 발제를 했었잖아요. 이게 처음이예요.  그리고 1월 말에 재외동포청이랑 저희랑 간담회가 있었어요. 그때 (너머) 손 이사님도 많이 도와주셨지만 고문으로 도와주신거고, 그래서 저는 그게 엄청 자랑스러워요.  
당사자인 환자가 직접 내가 어디가 아프다 해야 의사가 정확히 회복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선택할 수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이제는 우리가 협회 공동체를 강화하고 의식도 심어주고 바깥으로 한국 국가기관들이랑 그리고 시민단체들이랑 같이 공동체를 해갖고 해나갑시다. 저는 그렇게 주로 말을 했었거든요. 

기자: 정영순 회장님은 사할린 출신으로 이번 선거에 회장이 되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같습니다.

정영순: 네, 맞습니다. 안 그래도 어제 질문이 나왔습니다. 왜 사할린 동포가 갑자기 고려인 동포가 돼버렸냐고. 그래서 질문에 제가 답변했던 것은 우리가 옛날 본국에 살았을 때는 사할린, 카자흐스탄, 우즈베키탄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당연히 나는 사할린 동포다. 누구는 카자흐스탄 동포다 누구는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이다 그랬지만, 한국으로 왔을 때는 우리는 법적으로 다 고려인으로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와 있는 우리는 여기서 갈라지지 말고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같은 법적 지위니까 여기서는 그것을 따지지 말고 우리가 다 고려인이다. 우리는 역사도 똑같고, 여기 한국 영토에서는 같은 역사를 지금 만들고 있으며 미래도 똑같을 것이다. 제가 어제 주장을 했습니다. 

기자: 그러니깐 그 전에는 고려인 동포 사회에서 보면 사할린동포하고 분리되는 측면이 있었다는 거죠?
 
정영순: 네, 맞습니다. 일단은 역사로 이렇게 따지면 우리는 역사가 식민지 때 끌려간 사람들이고 고려인 동포들은 육지를 통해서 지금 160주년이잖아요. 사실은 저의 할머니, 어머니 세대 때는 그거를 많이 따졌어요. 그러나 지금 나와 있는 우리 후손들은 같은 언어(러시아어)를 쓰고 같은 문화 배경이고 우리는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언어, 문화, 교육도 똑같고, 다른 게 없어요. 

기자: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정 회장님 당선은 상당한 의미가 있네요. 

정영순: 제가 지금 협회에 들어간 게 그렇게 길지 않아요. 3년 밖에 안 됐어요. 저는 사실은 백그라운드가 박사잖아요. 엄청 많이 공부를 했어요. 물론 저의 전공 분야는 한국어 언어학이지만 사회, 법 그런 분야로 엄청 많은 기사들 봤어요. 그래서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 생각하게 된 것이죠,
제가 협회 들어갔을 때는 고려인 동포들은 약간 좀 뭐라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이번 선거에 나간 것도 일부러... 어제도 많이 주장을 했는데, 우리  할머니 세대 어머님 세대 따지지 말자. 우리는 좋은 것만 우리 앞날을 위해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앞날을 위해서 같이 뭉치자 강조한 것입니다. 

정영순 신임회장은 16년전인 2008년 한국에 와서  3년 전에 귀화를 했다고 한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모스크바에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를 받고 모스크바국립대학에서 한국어 교수로 활동을 했다.

한국에 오게 된 배경은 먼저 친정. 시댁 부모님이 한국으로 영주귀국을 하였고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갔더니 동양인이라며 차별을 받는 것을 보고 조상의 땅 한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국에 와서는 아이를 양육하는데 전념하다가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나고 나서 다시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러시아학교(학원)을 만들어 한국학교에서 적응을 못하는 아이들 위주로 가르쳤고, 경상대, 경찰대 러시아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지난해 부터는 인천대 초빙 교수가 되어 한국어를 가르친다. 부산에 러시아학교는 온라인으로 이주 오는 아이들, 한국학교에 적응 못하고 러시아 교과를 밟고 싶은 아이들 위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는 둘이다. 큰 아들은 현재  군복무중이다. 귀화자는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지만 한국에서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자원입대를 한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딸로 고등학생이다. 

선거를 마치고 단체기념사진
선거를 마치고 단체기념사진

 정영순 신임회장은 협회 활동을 하면서 생활 마인드도 많이 바뀌고 이민정책에 대한 관심도 엄청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나도 시민단체가 뭔지 전혀 관심도 없었는데 활동을 하면서 저의 생활에 새로운 뜻을 발견하게 됐고 이제는 나이도 있으니까 이기적인 생각보다는 커뮤니티 서비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위해서 뭔가를 많이 해야 될 것 같다. 나 혼자 행복한 것이 아니라 함께 행복한 사회,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엄청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다른 나라에 똑같이 귀화하는 사람, 이스라엘, 선진국들이 돌아오는 동포들에 대해 어떻게 하는지 정책도 많이 연구를 했어요. 한국은 경제적으로 빠른 성장을 한 기적을 이루었잖아요. 문화적으로도 세계적으로 엄청 인기도 많은 나라가 됐지만 이민정책 차원에서는 아직 선진국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 정책부터 뭔가를 해야 된다. "

 "대한고려인협회 회원들에게 바램이 있다면?"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정영순 신임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 나는 힘이 약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한국에 와서는 우리가 개인적인 힘을 합치면 큰 기운을 갖게 된다.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 뭉쳐 단합한 힘으로 공동체와 공익을 위해서 사용하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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