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중국 연변 조선족과 러시아 연해주 고려인 동포사회를 이어 온 삶을 살아왔다.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을 맞아 첫 인터뷰를 했다. 이번 인터뷰 기사는  160주년 기념사업을 진행해 오게 되기 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3월 20일 오후 서울 남영동에 위치한 동북아평화연대 사무실에서 김현동 이사장
3월 20일 오후 서울 남영동에 위치한 동북아평화연대 사무실에서 김현동 이사장

"고려인 한인 이주를 기념한 것은 기록에 1914년 때부터였습니다. 당시 9월 22일 연해주로 이주 50주년을 기념했다는 기록이 고증되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고려인 사회가 2004년 140주년 기념사업을 자체적으로 갖고 2014년 150주년 기념사업도 준비하였던 것입니다."

2024년 올해는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을 맞는 해이다. 한국과 러시아 연햬주, 중국 연변을 왔다갔다 하며 가장 바쁘게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현동 이사장이 한국에 들어와 지난 3월 20일 서울 동작구 남영동에 위치한 동북아평화연대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연해주 현지 고려인 동포들은 어떤 의미로 올해 16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지 듣고 싶어서였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그런데 1914년 9월 22일 연해주 이주 50주년 기념 행사를 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일찌기 알게 된 고려인동포들이 2004년 140주년을 앞두고 러시아 정부에 공식적인 기념일로 만들어달라 요청을 하고, 그러기 위해서 남북한 국가 지도자로부터 승인을 받아오라는 러시아 당국의 요청에 의해 남북한으로부터 승인까지 받을 정도로 연해주 이주 기념일은 고려인 동포사회에 있어 매우 뜻깊은 것이었다. 
2004년 140주년 때 주요 관심은 고려인 이주140주년 기념관 설립이었다. 1999년부터 연해주에 거주하며 고려인동포지원 사업을 하고 있던 김현동 이사장은 한국과 러시아 연해주를 오가며 문화관 설립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을 끌어들이는데 앞장 섰다. 드디어 2009년 우수리스크에 고려인이주140주년 기념관이 설립되게 되었다.

2014년 150주년 기념사업은 한국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연해주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2019년, 고려인동포들은 한반도 화합을 기원하고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한다는 취지로 ‘한반도 평화통일 기원 오토랠리 2019-조상의 부름’으로 이름 붙여진 자동차 랠리 행사를 펼쳤다. 40여명의 고려인동포들이 각자 자동차를 끌고 7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모여 대륙횡단 자동차 랠리팀을 이루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몽골, 중국 등을 거쳐 북한을 경유해 삼팔선을 넘어 한국으로 들어 온 뒤, 다시 러시아 극동을 통해 출발지 모스크바로 되돌아오는 약 2만5천km의 대장정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김현동 이사장이 2019년 3.1운동 100주년 기념하여 펼친 고려인 동포들의 대륙횡단 자동차 랠리 대장정 코스를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이사장이 2019년 3.1운동 100주년 기념하여 펼친 고려인 동포들의 대륙횡단 자동차 랠리 대장정 코스를 설명하고 있다. 

 이를 두고 김현동 이사장은 "진행 과정에 여러 가지 고비가 있었지만, 그것을 잘 풀어서 해냈다. 우리가 유라시아 평화협력의 메신저 역할을 하겠다 하고 중앙아시아에서 모스크바에 모여 출발하고 한반도까지 꿰뚫는 거를 해낸 것"이라며 "대단한 발상이고 대륙에서 사는 고려인 동포들의 상상력과 실천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다면, 160주년 기념사업은 어떻게 준비되어지고 있을까?
지난 2월 22일 국내에서는 70여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발대식이 열렸다. 연해주에서는 이미 지난해 부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성대한 160주년 기념행사를 치루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다.    

김현동 이사장으로부터 들어본다.
 "2024년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중요한 해로 생각하고 준비를 할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이 남북 간의 관계도 어렵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여러 견해들도 복잡하고 그러다 보니 러시아와 한국 관계도 어렵잖아요,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가 뭘 해야 할 수 있냐? 이런 걸 고민을 한 거고 그런데 최근 연변과 연해주에서 찬란한 희망 같은 걸 보게 된 것이 한류 문화였습니다. 그게 뭐냐? 코리안 문화 K-문화. 연길 뿐만 아니라, 작년에 블라디보스톡에서 K-마켓 위드 블라디보스톡 이런 행사를해보았는데. 사람들이 한류 문화에 너무 뜨겁게, 너무 친숙하게 다가온 것입니다.
진짜 지금은 K-문화가 유라시아와 함께 할 수 있는 어떤 중요한 거다. 작년에 행사를 하면서 감을 잡은 거죠. 그래서 2024년도 올해 160주년의 핵심은 K-문화다.  그래서 'K-문화 WITH 유라시아' 주제로 연해주에서 기념축제를 펼치자. 거기에 이제는 조선족동포도 참여하게 하자. 그래서 연변조선족기업가단체와 논의 중에 있습니다. 문화적으로 한번 우리가 지금 같은 때에 풀어보자 이렇게 방향을 잡게 된 것이죠."    

‘2024년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 기념사업의 슬로건을 '세계 코리안 네트워크와 문화로 유라시아 평화 협력 - K-CULTURE with 유라시아’ 로 하게 된 배경 설명이다. 

지난 3월 20일 인터뷰에서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이 주는 의미를 들려주는 김현동 (사)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 
지난 3월 20일 인터뷰에서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이 주는 의미를 들려주는 김현동 (사)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 

 

중국 연변 조선족과 러시아 연해주 고려인

동포사회를 이어 온 삶을 살다 

 

.김현동 이사장은 1994년부터 1998년말까지 중국 연변에서 가족과 함께 이주해 살았다. 연변에서 중국동포들을 접하고,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민족'에 대한 강한 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당시 연변 지역에 강한 한국 출국바람이 불었다. 한국 초청 사기 피해 문제가 중국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고, 한국사회에서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중국동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때 연변 현지에서 사기피해자 조사와 구제에 큰 역할을 했던 사람이 김현동 이사장이었다. 
조선족 인사, 연변대 총장 정판룡 교수, 김학철 작가, 류연산 작가, 허명철 교수 등과 인연을 맺고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1999년 그의 활동 무대는 생각지도 않은 연해주가 되었다. 중국에서 우리민족서로돕기 재외동포사업본부 책임자로 활동을 하던 김현동 이사장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출국명령을 받게 된 것이다. 가족을 연변에 나두고 갑자기 한국에 오게 된 신세가 되었다. 이때 재외동포에 큰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재외동포지원단체를 이끌었던 故 이광규 교수(서울대 인류학과)로부터 연해주 고려인동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지역으로 강제이주한 고려인동포들이 1991년 소련해체 후 4만명 가량이 연해주로 다시 돌아와 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생활이라는 것이 형편없었다. 러시아 정부가 1937년 강제이주는 잘못된 정책이었음을 시인하고, 연해주로 귀환한 고려인들에게 농사 지을 토지를 주고 다시 받아주긴 했지만 풀어야 할 복잡한 문제들이 많았다. 중앙아시아지역보다 더욱 열악한 연해주에서 농사일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고, 식량난 등 생활고를 겪고 있었고, 국적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였다. 옛고향이 그리워 연해주로 돌아왔지만 생활이 어렵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고려인 동포들의 연해주로 향한 발길은 끊겼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연해주 현지에서 고려인동포들의 삶을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로 했다.      
이광규 교수는 중국에서 쫓겨온 김현동을 연해주에 가서 고려인동포를 돕는 일을 하라는 주문한 것이었다. 숙명이거니 하고 김현동 이사장은 볼모의 땅 연해주로 간 것이었다.

인터뷰_김용필 (동포세계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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