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중국동포의 ‘억울함’에 대한 해석과 사회현상에 대해 말하다
‘억울함’은 귀속성...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 촉매제로 표출

박우 교수(한성대 교양교직학부)
박우 교수(한성대 교양교직학부)

[서울=EKW동포세계신문] 박우 한성대 교수는 올해 2월 영국 리투리지 출판사에서 영문저서 Chaoxianzu Entrepreneurs in Korea: Searching for Citizenship in the Ethnic Homeland (한국의 중국동포 사업가: 고국에서 시민성 찾기)를 출판했다. 그리고 이 저서 출판으로 지난 1217일 재외한인학회 학술상을 받게 되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조선족 사업가들(본문에서는 원문에 따라 조선족 사업가로 표기함)의 출현은 2007년 방문취업제 시행 이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2010년대에 서울 가리봉동으로 시작해 대림동, 자양동, 안산 원곡동, 시흥 정왕동, 수원 고등동 등 여러 곳에서 중국동포 특색의 차이나타운을 형성해 가고 있다.

박우 교수는 10여년 간 중국동포 집거지를 연구하며 이곳에서 식당, 여행사, 환전소, 핸드폰가게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중국동포 자영업자 등 사업가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연구해 왔다. 그것을 논문으로 발표하고 또 영문서적으로까지 출판하게 된 것이다.

재외한인학회 학술상으로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게 된 영문저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박우 교수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 저서에 대해서 소개부탁한다.


: 사회학 연구서이다. 다년간 가리봉동-대림동 지역을 현장조사 하면서 이 지역에 중국동포 커뮤니티가 출현하는 것을 참여관찰을 통해 확인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 중국동포 커뮤니티가 경제적으로 분화를 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집거지를 토대로 한 사업가들이 출현한 것이다.

사회학에서는 이런 변화를 포착하고 이런 현상을 통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를 연구한다. 내가 관찰한 사업가들한테서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이 보였다.

2013년부터 2018년 간 126명의 조선족 기업가들을 설문조사 또는 인터뷰 등으로  나타난 현상을 기술한 책이다.

 

2020년 2월 영국 리투리지 출판사에서 출간한 박우 교수의 저서 표지
2020년 2월 영국 리투리지 출판사에서 출간한 박우 교수의 저서 표지

 


: 재한 조선족 사업가에 대한 연구라는 점에서 관심이 간다. 흥미로운 현상이 보였다고 하는데, 어떤 점인가?


: 조선족 사업가들은 자신의 귀속의식을 사업가, 중국동포, 지역엘리트, 중국인 등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동시적인 귀속의식은 어떻게 가능할까?

연구자들은 보통 정체성이라는 표현으로 쳐서 말하는데, 기실 동아시아에서 이런 귀속의식(또는 정체성)은 나름의 정치경제적 구조와 맥락이 있다고 보았다.

나는 동아시아의 압축적 근대성(Compressed Modernity)”을 설명하는 장경섭 교수의 전환주의 시민권(Transformative Citizenship)” 개념을 차용했다.

여기에서 시민권은 개인의 정체성으로써 공헌적 권리(Contributory Right)”를 말한다. “공헌적 권리의 한 측면이 공정성 인식(Sense of Fairness)”, 즉 순 우리말로 억울함으로 해석되는데 나는 이 개념을 중국동포 사업가들에게서 보이는 다양한 귀속의식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사용했다.


: 사회학적 용어들이 나와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먼저 귀속의식, 귀속성과 정체성은 어떻게 다른가?


정체성 하면 보통 민족 정체성, 국가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너무 일차원적인 이야기이다. 사회학에서 학술적으로 의미있게 접근하는 것이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우리의 생각 근저에 깔려있는 귀속의식이라는 게 있다.

나는 어디에 속해 있다라는 것을 정체성이라 하는데, 이건 정체성이 아니라 귀속성이다. 귀속성 결정은 나는 어떤 사람이다여기서 출발해 나는 어디에 속해 있다에서 이루어진다. 조선족 사업가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나는 이 공동체를 위해서 이만큼 노력했는데 왜 나한테는 이것 밖에 안해주냐?” 하는 억울해 하는 것을 듣게 된다. ‘불공정하다는 공정성 인식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귀속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누구나 다 억울해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남자들의 경우 군대까지 갔다왔는데 이것 밖에 안해주나? 이게 나라냐?” 한다.


: 두 번째로 공정성 인식(Sense of Fairness)을 우리 말로 쉽게 억울함이라 압축해 표현했다. 좀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부탁한다.


: 공정성 인식(Sense of fairness)라는 용어는 학술적 개념이다. 영어에도 억울함이라는 정확한 표현이 없었다. 지극히 한국적 표현인 것 같다. 억울함을 영어식 표현으로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데 정확히 말해 한국인 정서에 흐르는 억울함의 의미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

공정성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나의 위치와 집단의 관계를 내 스스로 생각하는 기준인 것이다.

중국동포들 속에서 나타나는 공정성 인식억울함으로 압축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9월10일 오후 3시 대림동 거리에서 열린 영화 '청년경찰' 중국동포단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대림동 중국동포 집거지를 범죄소굴로 그리고, 중국동포를 폄하해 논란이 된 영하 청년경찰 상영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다. 중국동포 사업가들이 주축이 된 중국동포 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었다.  
2017년 9월10일 오후 3시 대림동 거리에서 열린 영화 '청년경찰' 중국동포단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대림동 중국동포 집거지를 범죄소굴로 그리고, 중국동포를 폄하해 논란이 된 영하 청년경찰 상영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다. 중국동포 사업가들이 주축이 된 중국동포 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었다.  

 


: 조선족 사업가들에게 억울함이 공통적으로 표출된다. 이것은 정체성이 아니라 귀속성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억울함은 모든 사람이 다 갖고 있는 주관적이라 하였는데 조선족 사업가에게서 특별한 의미가 있나?


: 그렇다. 조선족 사업가들은 최근 한국사회에서 새롭게 출현한 집단이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보게 된 것이다. 이들에게서 드러나는 억울함은 본인이 한국사회, 지역사회, -중관계 등의 발전에 공헌을 하였음에도 자신과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를 바라보는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알게 해주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압축적 근대성이 말해주듯이 다양한 사회집단이 중국동포 사업가와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이들에게 사업가, 중국동포, 중국인, 지역커뮤니티리더 등의 다양한 역할을 동시적으로 부여한 상태였다.

따라서 조선족 사업가의 억울함들은 부여된 역할에 따라 상황적으로 표출되었고 매우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나는 전환주의 시민권의 한 측면이 상황적 공정성 인식(Situational Sense of Fairness)”이라고 개념화 했고, 이 개념이 신자유주의 전환기 한국(나아가 동아시아) 사회를 설명하는 개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정리해본다면 대림동 등 중국동포 집거지의 조선족 사업가들은 고국에 와서 열심히 일해 자영업자, 사업자가 되었고 그 지역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만한 평가와 대우를 못받고 있다. 그래서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인가?


: 내가 만났던 조선족 사업가들은 지역사회의 사회통합을 위해서 다방면으로 활동들을 하고 있었다. 자율방범대, 거리청소, 각종 문화행사,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중국동포 이미지 변화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단체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 중국동포 집거지에 대한 인식이 안좋다. 중국동포들의 이런 활동을 잘 인정해 주지 않으려 한다.

한국의 언론방송 등 매스미디어르 보면 이곳을 이상한 지역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조선족 사업가들은 나는 이 지역에서 내 사비를 털면서 이런 일들을 하고 있고 공헌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보냐?”며 억화심정들을 토로한다.

나름대로 한중가교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중관계가 안좋고 그러면 화살이 이쪽으로 향한다. ‘차이나게이트바로 이런 공격이 오는 것이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를 왜 공격하냐? 하는 억울함이 공통적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2019년 10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양꼬치 거리 축제, 이곳 중국동포 상인들은 해마다 양꼬치 문화축제를 통해 지역주민을 초정해 중국동포 문화교류 행사를 갖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 조선족 사업가들에 부여된 역할이 많지만 억울함도 동시에 만들어진다. 어떤 의미인가?


: 조선족 사업가들은 조선족 노동자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부여된 역할도 많은 것이다. 역할이라는 것은 항상 주류 사회로부터 규정되는 측면이 있다.

한 예로 대림동에서 중국동포 행사를 하면 여야 정당 인사들이 참여해 한중교류 가교역할을 해달라고 거의 똑같이 말한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단체 대표님으로 통한다. 대변하는 사람이다. 자연스럽게 역할 부여가 된 것이다.

또 중국에서는 한국에서 성공한 조선족 사업가라고 소개하면서 역할을 주문하게 된다.

본인은 아주 자연스럽게 주어진 역할 속에서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억울함이 생긴다.

한국사회로부터 억울함을 당하면 내가 중국사람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고, 중국에서 역할을 받았는데 이것 밖에 대우 안해준다 생각하면 한국에서 살지 뭐이렇게 생각한다. 억울함, 귀속의식이 자연스럽게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저서를 통해 하고 싶었다.


: 조선족 사업가들의 억울함이 향후 어떻게 표출될 지 궁금하다.


: 이런 억울함이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열심히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는,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굉장히, 열심히, 자원봉사라든가, 사회공헌 활동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공동체를 위해서 더 많은 공헌을 하려고 하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표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동 지역 주민들도 보면, 산업화시대 이주해 온 주민들인데 자기가 사는 곳을 차이나타운으로 만든다고 하면 역시 억울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숙의 민주주의라는 게 있지 않나. 결국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역사회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논의의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이루어 가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 책을 내면서 느낀 소감은?


: 연구자로 방향을 정한 이상, 꾸준히 학술탐구에 매진하고자 한다. 연구는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고,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연구자에게 겸손이란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읽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더욱 겸손하게 공부를 많이 하고 현장을 발로 뛰겠다.

인터뷰=김용필 EKW동포세계신문 기자 ekw20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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