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023.12.28일 창립 60주년을 맞는 (사)해외교포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2023 교포정책포럼 '중국 소수민족정책과 조선족의 미래' 토론회를 정리한 글이다. 특별히 조선족사회를 대변할 만한 중국동포단체 단체장, 중국동포 학자, 언론인들이 참여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펼쳤다.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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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조선족, 미래는 어떠할까?"

새해 4월이면 60주년을 맞는 (사)해외교포문제연구소(이사장 이구홍)는  2023교포정책포럼 주제로 '중국 소수민족정책과 조선족의 미래'로 정해 집중토론을 펼쳤다.
해마다 교포정책포럼을 통해 재외동포 현안을 다루어왔던 연구소가 중국동포 '조선족'을 중점으로 토론의 장을 펼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조선족 현안이 주요 이슈임을 알 수 있고, 올해 재외동포청 출범 이후 갖는 첫번째 포럼 주제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1부 개회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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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8일 오후 서울글로벌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3교포정책포럼, 최금좌 한국외대교수 사회로 진행된 개회식에서 이구홍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60년간 동포정책 결정에 중심적 역할을 해왔던 연구소 활동을 회고하고, 이번 토론 주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중국이 밉다고 동포까지 미워하면 되나" 며 중국동포를 대하는 책임있는 집권 여당 지도자를 향한 쓴 소리를 서슴없이 내뱉었다. 중국의 소수민족정책 변화, 냉냉한 한중관계 등으로 조선족 동포사회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모국이 중국동포들의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반중정서'에 부화뇌동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당사자인 중국동포들이 모국사회에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도 있었던 것같다. 조선족사회를 대변할 만한 중국동포단체 단체장, 중국동포 활동가. 언론인, 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기조발표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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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토론에 앞서 2011년부터 중국동포연합중앙회를 만들어 한중수교기념행사와 곁들여 추석맞이 민속문화대잔치를 펼쳐왔던 김성학 전 회장의 '진정으로 재중동포를 위한다면...' 20분 강연도 있었다. 1995년 한국에 오게 된 김 전 회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중국의 검사출신으로 한국에 오게 된 이유도 밝혀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강연 도중 일제시기 만주지역으로 가서 독립운동을 했던 후손인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오기 위해서 시험을 치고 들어와야 하는 한국의 동포정책을 언급하던 중 "왜 할아버지 집에 오는데 시험을 치고 들어와야 하냐"고 말하는 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울컥했다. "왜서 대한민국은 .." 하며 말을 힘들게 이어갔다. 
 김성학 회장의 말은 "중국은 우리에게 불법체류자로 낙인 찍지도 않고 오히려 국적도 주고 우대정책을 펼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모국인 대한민국은  동포를 동포로 받아들이지 않고 '불법체류' 모자를 씌우고 값싼 노동인력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냐 하는 주장이다. 
 또한 김 회장은  "사드 사태 때 중국 현지 식당에서 조선족한테 "한국ⅹ 아니냐"며 문전박대 받았던 상황도 있었다"고 언급하며 "한중관계가 어떠냐에 따라 두 나라 사이에서 눈치 보고 가슴 조이며 살아야 하는 것이 조선족이 처한 현실이고 남북관계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말했다. 기로에 선 조선족의 상황을 말해준 대목이 아닌가 싶다.       


2부 토론회에서


2부 토론회는 김봉섭 명지대 겸임교수 사회로 진행으로 김정룡 중국동포사회문제연구소 소장이 주제발표를 했다.(사진 가운데) 토론자는 장경률 연변일보 논설위원, 강광문 서울대 교수,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대표, 예동근 부경대 교수, 김동훈 서울시외국인주민센터 센터장이 참여했다. (사진 좌에서 우로)
2부 토론회는 김봉섭 명지대 겸임교수 사회로 진행으로 김정룡 중국동포사회문제연구소 소장이 주제발표를 했다.(사진 가운데) 토론자는 장경률 연변일보 논설위원, 강광문 서울대 교수,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대표, 예동근 부경대 교수, 김동훈 서울시외국인주민센터 센터장이 참여했다. (사진 좌에서 우로)

오후 2시 30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제2부 토론회는 김봉섭 명지대 겸임교수(전 재외동포재단 연구조사부장)의 사회로 김정용 중국동포사회문제연구소 소장(전 중국동포타운신문 편집장)이  '중국 소수민족 정책과 조선족의 삶' 주제로 30분간 발표하고, 이어 강광문 서울대 교수,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발행인, 김동훈 서울시 외국인주민지원센터 센터장, 예동근 부경대 교수, 장경률 연변일보 논설위원이 10분씩 토론발표를 하였다. 
  
김정용 소장은 준비된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보면서 조선족 이주사와 조선족 호칭, 그리고 중국의 소수민족정책하의 조선족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발표 내용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선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 주였다. 조선족 호칭 부여 시기 등 일부 내용에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하고 심도있게 생각해 봐야 할 내용도 있었다.
 
   김정용 소장은 "조선족은 중국 소수민족 가운데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한국에 온 조선족이 고국 한국에 대해 "감사함과 서운한 감정이 병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감사함'은 돈을 벌어 부(富)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고, '서운함'은 중국의 화교정책과 비교 되어서 나오는 감정이라는 설명이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 초반까지 북한에서 5만여 명에 달하는 화교들이 고국에 돌아왔는데 정부 차원에서 일괄 배치해 주었다. 이들에 대해 중국 정부는 취직에서 우대정책을 실시하였고 대학입시에서도 화교 자제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많은 우대정책을 시행하였다. 중국정부는 또 개혁개방 초기에 해외화교 화인이 고국방문 시 항공료 10% 할인, 숙박비 10% 할인 등 우대정책을 실시하였다."
 
분명 중국의 화교정책은 한국의 동포정책과 비교되는 다른 점이 있다. 중국동포들은 한국에 가면 중국정부가 화교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해주겠지 하는 기대 심리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김 소장은 본인이 조선족으로 중국에서 살았을 때 한족 보다도 더 우대를 받고 쌀밥을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을 들려준다.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으로 조선족이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한 사례이다. 
 "이런 소수민족 우대 정책으로 중국의 개혁개방 이전까지는 조선족이 한족보다 확실히 더 잘 살았습니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중국의 80년대 개혁개방 이후, 실제로 조선족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일구어놓은 터전을 떠나 본격적인 이주의 시기를 맞게 된다. 1992년 한중수교가 이루어지면서 조선족사회에 '한국바람'이 강하게 몰아쳤다. 

 오늘날 조선족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김 소장은 이 물음에 대한 답 보다 "한국사회는 중국에서 저선족이 왜 조선족이 되었는지? 왜 중국공산당을 옹호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시대 배경을 잘 이해하고 조선족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건설에 서로 노력하여 힘을 합쳤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로 주제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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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족의 미래에 대해서는 토론자로 나온 강광문 서울대 교수, 예동근 부경대 교수, 장경률 연변일보 논설위원 발표를 통해 들어볼 수 있었다. 조선족 출신 학자, 언론인으로서 귀담아 들을만한 내용이 있었다. 
헌법학자로 서울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강광문 교수는 시진핑 시대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 변화에 대해서 말해준다. 특정한 종교가 없는 조선족은 언어와 문자를 배우지 않으면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말도 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조선족이 중국의 주류 사회로 올라갈수록 정체성 유지가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말도 한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다문화 다민족 사회로 변화해 가는 대한민국이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다"면서 "경험이 많은 중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도 분명 있다고 본다" 는 주장도 펼친다.    
 또한 재외동포정책에 있어,  강 교수는 "인구감소, 인구 소멸 시대 한국은 앞으로 100년, 중국조선족은 짧으면 20년 길면 50년이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현실에서 코리안공동체가 아시아 지역에서 함께 공존해 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한국에 유학을 와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예동근 부경대 교수는 조선족과 화교 사회를 연구한 중국동포 학자이다.

 예 교수는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이나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에 의해서 조선족의 운명이 결정될 거라고 보는 것은 조선족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저는 그렇게 된다고 믿지 않는다"며 조선족 위기론에 반론을 제기하고 나왔다. 
 예 교수는 오늘날 조선족은 동북 농촌지역을 벗어나 세계 경제 흐름에 따라 중국 대도시 북경, 상해, 일본 동경, 그리고 한국 서울을 거점으로 글로벌경제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은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조선족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흐름 속에서 조선족사회의 변화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연변은 조선족 문화의 중심지로서, 서울은 글로벌경제공동체로서 조선족사회의 주요 지역이 될 수 있다."

 예동근 교수의 발언 요지이다.     

연변일보에서 정치부 기자로 30년 가까이 활동한 장경률 연변일보 논설위원은 "예동근 교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은 시기에 따라 변화할 수 있고 과거에도 그러해 왔다."며 1950년말, 6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중국의 변화된 소수민족정책은 조선족에게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며 "이런 정책에 조선족사회가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큰 역사적 흐름에 따라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남북통일에 있어 750만 재외동포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한국은 동아시아지역에서 남북한과 중국의 조선족을 한 개의 축으로 보고 동포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토론에서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대표는 "지금의 중국조선족과 한국인의 관계는 이해와 반목(反目)이 크게 교차하고 있다"면서 "한중수교 30년이 지난 시기인 만큼 서로 원망만 할 때는 아니다"며  조선족동포사회와 한국사회가 서로 이해를 높이고 반정서를 좁혀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말했다.  
 김동훈 서울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센터장은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인 보다 더 전통문화를 지켜오고 우리말을 지켜온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국내 체류 동포들을 위한 지방자치정부 차원에서 지원 조례 등이 재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말했다. 그리고 조선족의 미래에 대해서는 "국내 체류 중국동포들의 생활상을 볼 때 희망적이다는 생각을 더 많이 갖게 된다"고 김 센터장은 평가했다. 

 이날 교포정책포럼에는 5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종걸 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축사를 해주었다. 이종걸 이사장의 할아버지 이회영은 여섯형제와 일가족 전체가 전재산을 팔아 만주로 망명하여 항일 독립운동을 펼친 분이다. 또한 이번 행사를 후원한 재외동포청의 왕길환 대변인이 참석해 이기철 청장의 축하 메세지를 전해주었다.
   이기철 청장은  1964년 설립된 해외교포문제연구소가 매년 교포정책포럼을 개최해 재외동포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해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의견을 나눠 왔다는 점을 주지하고 "이번 교포정책포럼이 중국의 소수민족정책과 조선족의 미래를 조망하는 유의미한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인사말을 전하였다. 

/김용필 EKW동포세계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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