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 남태평양 참치잡이 배에서 벌어진 최초 한국인과 중국동포 간의 비극을 그린 연극


본 기사는 연극에 대한 평가나 감상을 전달하기 보다는 22년전 페스카마호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 이해해보자는 취지에서 주요 대사를 발췌해 소개한다. 1996년 8월 남태평양 바다위에서 벌어진 중국동포 선상반란 사건으로 알려진 페스카마호 사건이  22년만에 연극으로 재조명되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을 뿐만 아니라, 이 연극을 통해서 한국인과 중국동포 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다 풀어놓아, 우리는 누구인가를 깊이 생각해보게 해주는 연극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동포세계신문 2017.6.4] 한국인과 중국동포(조선족) 간의 최악의 사건으로 기억되는 19968월 남태평양에서 조업 중이던 온두라스 국적의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15호에서 일어난 선상 반란 사건, 이 사건을 다룬 연극 '페스카마-고기잡이 배'(작가·연출 임선빈)는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

중국동포 선원 6명이 공모하여 한국인 선장, 갑판장, 주방장 등을 포함 11명의 선원을 죽인 끔찍한 상황이 왜 일어났을까?

기자는 당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해보자는 생각으로 지난 520일 저녁 7시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으로 달려갔다. 기자는 공연시작 직전 3만원 입장권을 끊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는데 162석이 거의 다 찬 상태에서 맨 뒷좌석에서 120분간 전개된 연극을 관람하였다.

한국인과 중국동포의 갈등을 그린 연극이라 얼마나 관심을 갖겠나 싶었는데 공연장에 가보니 2017서울연극제 선정작이어서 그런지 관심이 높은 것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진지하게 연극을 보았다. 연극을 다 본 다음에는 고용자 입장에 선 한국인과 근로자 입장에 선 중국동포 간에 오갈수 있었던 이야기, 몰이해로 인한 갈등, 이로 인한 선상 반란 사건은 어느 누가 그 상황에 처하더라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의 비극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되었다. <페스카마호-고기잡이 배>는 한국인과 중국동포 간에 속심을 드러낸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생각되면서, 여전히 한국사회 곳곳에 페스카마호와 같은 상황들이 존재하고 있지 않나 돌이켜보게 된다.

 

본 기사는 연극에 대한 평가나 감상을 전달하기 보다는 22년전 페스카마호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 이해해보자는 취지에서 주요 대사를 발췌해 소개한다.


 


1장 남태평양 갑판장과 헤또의 지시에 따라 인도네시아 선원들, 중국 교포 선원들이 어구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누구도 헤또의 능숙한 손놀림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 갑판장은 중국교포 선원을 마구 대하고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장면이 연출된다. 갑판장과 헤또가 중국동포들에게 말할 때 입에 붙은 말,

 

갑판장: "짱깨 새끼! 죽고 싶나! 정신 똑바로 차리라!"

헤또: "어이, 짱깨 아저씨 갑판장님이 떼놈들 말쓰지 말라고 해쑈제! 귓구멍에 좆 박았나?"


그렇다고 한국인 선원들이 다 갑판장이나 헤또처럼 중국교포들에게 막말을 해대는 것은 아니었다. 항해사와 기관장은 중국교포 선원들에게 따듯하게 대해주는 좋은 사람들로 그려졌다.

 

항해사: "갑판장! 고마해이소!"

 

선장도 중국교포에 대해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도 배에서 싸움이 일어났을 때 중국교포 선원이 결국 칼질까지 해댄 안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선장은 한국인 선원 주요 임원끼리 저녁식사를 하면서 지가 선사라면 이번에도 지는 교포 아들 안 태웠을 검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때 기관장은 말한다.

 

기관장: “선장님 말씀도 일리가 있지예. 그래도 사람도 다 나름이지 않겠습니까? 어데 사람이 나빠서 그렇겠습니까, 워낙에 여가 험한 데 아입니까, 요새 노무선원으로 우리나라 젊은 것들이 어데 배 탈라고 합니까? 그케도 이번 애들은 다들 경험이 없어 가가 손발은 안 맞고 그케도 착하고 선하더라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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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서는 참치잡이가 한창 이루어지는 장면이 그려진다. 냉동창고가 다 찰 정도로 엄청난 참치가 잡혀 잔치라도 벌일 분위기이다. 그런데 이때 남태평양에서는 보기 힘든 참다랑어가 걸려든다. 횡재가 불청객처럼 찾아온 것이다. 참다랑어는 중국교포 노무선원 2, 3사람의 1년치 인건비에 맞먹을 정도로 고가로 거래되는 고기라고 한다. 참다랑어가 낚시바늘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선장이 흥분한다. 그런데 중국교포선원의 서튼 손놀림으로 다잡은 참다랑어를 놓치고 만다. 이에 화가 난 선장과 중국교포 선원 간에 극도의 긴장상태가 전개된다. 결국 백남규(중국교포선원)가 선장의 면상을 가격하는 하극상이 벌어지고, 중국교포선원과 한국인 선원간에 서로 칼날을 겨누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다.

이를 두고 선장은 선상반란죄로 간주하고 징계위원회를 열게 해 중국교포 선원 전원을 사모아에서 강제 하선 시킨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징계위원회에서 강제 하선 결정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중국교포 선원 중에서도 연장자이고 교사 출신인 2항사는 중국교포 선원들을 모아놓고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한다. 선장에게 용서를 구하자는 데 뜻을 모아 백남규를 비롯해 중국교포선원들이 선장에게 몰려가 무릎 꿇고 용서를 빌지만 선장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중국동포 선원들은 선장, 갑판장 등을 비롯한 한국인 선원들을 모두 죽일 계획을 세워 그대로 실행한다. 항해사와 기관장만 남겨놓고....이때 새로운 선장 위치에 선 중국교포 선원 2항사와 손발이 꽉 묶인 항해사와 기관장의 대사가 가슴을 치게 한다.

 

2항사(중국동포) : “왜 죽였냐고? 왜 그랬냐고? 우리도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아니었소. 항해사님, 우리가 선원송출계약서 쓸 때, 한 번 한국 배에서 강제하선 당하면 다시는 한국 배를 탈 수 없다고 들었소! 우리가 에이전트한테 맡긴 보증금! 우리에게는 큰 돈이오. 우리는 다시 배를 탈 수 없을 거라고 했소. 선장이 그럽디다. 사모아에 들어가면 우리를 선상 반란 죄로 경찰에 고발하고, 조업 손실금까지 손해배상 시킨다고 했소.”

 

항해사(한국인): “! 2항사! 너 그런 말 들어봤냐? 구라! 에이전트한테! 너희들 중국교포 선원들이 한국 배를 타면 자꾸 말썽을 피우니까, 너희들 겁주려고 구라 친 거라고! 거기다가 선장은 한술 더 떴네? 조업 손실금이고 경찰이고 그것도 다 구라야! 뻥이라고! 너희들 겁먹고 골탕 좀 먹으라고 선장이 거짓말한 거라고!”

 

2항사: "항해사! 너 뭐라고 하는 거냐?"

 

기관사(한국인선원): “선상 반란 죄 그런 게 어딨어! 오히려 너희들이 선장과 갑판장을 폭행죄로 고소할 수도 있었던 거야! 조업손실금? 손해배상? 그런 게 어딨어? 니들 돈 많아? 니들 돈 있어? 그게 멍청한 선장 새끼가 너희들 겁주려고 구라 친 거란 말이야!...어떻게 그렇게 멍청할 수가 있어! 어떻게 그렇게 바보 같을 수가 있어! 그렇다고 다 죽여 버려?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 돈 때문에?”

이 말에 중국교포 선원들은 동요한다. 정확하게 알아보지도 않고 살인을 저지르게 한 2항사에게 원망 섞인 말도 하게 된다. 그러나 2항사는 이미 저지러진 일을 돌이킬수 없다 생각하고 입단속을 하기 위해 중국교포 동료 선원들에게 살인을 종용하고, 인도네시아 선원들도 죽이게 된다.

 

마지막장, 연극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중국교포 선원들이 설레이는 마음으로 페스카마호를 타게 되는 첫 시점, 일손이 부족한 페스카마호 선장은 배 탄 경험이 없지만 그래도 중국동포들을 선원들로 기꺼이 맞아들였고, 중국동포들은 참치잡이 배가 얼마나 고달픈 것인지는 생각해볼 새도 없이 큰돈을 벌게 되었다는 데에 희망이 부풀어 있었다. 언제 이런 비극이 올 수 있겠느냐 생각할 정도로 처음 페스카마호에 승선했을 때의 모습들을 조명하며 120분 연극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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