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이문화 체험기

일본인 지인의 초대를 받고 처음으로 일본 요릿집에 갔을 때의 일이다. 첫눈에 보이는 것이 우리와 완전히 다른 젓가락 방향이었다. 젓가락 문화는 중국에서 생겼고 일본은 중국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젓가락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헌데 원래 가로로 놓았던 중국의 젓가락 문화가 수요에 따라 점차 세로로 놓는 것으로 변했다는데, 일본에서는 아직도 젓가락을 가로로 놓는 습관 그대로였다.”(신기하기만 했던 일본 생활의 첫 시작 에서)

월세집을 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일본인 연대 보증인이 있어야 했다. 보증인의 주민등록증과 납세증명서 등 개인정보에 관한 서류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집세가 체납되었을 경우에 대신 물어야 한다는 연대책임서에 사인까지 받아야 했다”(월세방 에서)

민족별 구분형식이 없는 일본의 외국인 통계에서 그 숫자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재일 조선족이지만, 대체로 8만명을 넘는 시대를 맞이했다. 단결과 협력을 계기로 열리는 재일조선족운동회는 일본사회에 떳떳하게 조선족의 존재를 알리는 커다란 계기가 되고 있다.”(운동회로 보는 재일조선족 에서)

1994년 일본으로 유학을 간 남편 따라 1996년부터 일본에서 가정을 꾸리며 살아온 재일조선족 이홍매 씨가 재일조선족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책 일본에서 살기를 국내 출판사 북코리아를 통해 발간했다.

저자 이홍매는 1967년 중국 길림성 연길시에서 출생해 1989년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 학부를 졸업하고 1996년 일본으로 가기 전까지 연변텔레비죤방송국 문예부 기자 등으로 활동을 했다. 일본에 거주하면서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길림신문 일본특파원으로 활동하였다. 그때 일본에서 열리는 조선족의 여러 행사장을 취재하고 30여명의 재일 조선족 인물기사를 포함해 120여편의 기사를 발표했다. 그 중 일부 내용이 이번 책에 수록되었고,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체험하고 느낀 점을 체험수기 형식으로 수록하였다.

또한 조선문학을 연구한 오무라 마스오 교수(일본 와세다대학 명예교수)잔류일본인 고아출신인 이케다 스미에 회장(중국 귀국자, 일중우호회)과의 인터뷰 내용도 수록하였다.

재일조선족사회는 1980년대 이후 유학생들에 의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재일조선족의 생활상을 책으로 엮은 것은 2018년 오기활의 왜 갔느냐면, 일본에 왜 사느냐면 일본서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한다.

권향숙 일본조치대학 부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조선족은 중국 동북3성에 모여 살던 시기를 거쳐 현재 초국적 도시 도쿄로, 서울로, 뉴욕으로 월경(越境)하여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책에 대해서는 “(연구자가 아닌 아내이자 엄마라는 생활인으로) 저자는 주관적 경험을 객관적인 시야로 재일조선족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관찰함과 동시에 문학적 감수성과 필체로 자타(自他)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고 풍성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오늘날 문화의 차이는 더 이상 감추고 극복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그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서로가 소통하며 살아가는 데 밑걸음이 된다. 알고 보면 납득이 가고 흥미로운 일본인의 전통과 문화였다. 생각의 차이에 대한 이해와 용납은 쉽지 않았지만, 멈추지 않는 고민 속에서 우리는 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면서 문화에 대한 포용은 이주 생활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이민자의 이문화 체험기이자 신문기자의 시각에서 본 생생한 현장기록이며, 이방인의 삶을 그린 문학작품이라는 평가이다.
 
저자 이홍매는 일본조선족연구학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신문기사 외에도 수필, 소설 등을 발표해 우수가사상, 재외동포문학상, 청년생활 계림문화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일본에서 살기 /저자: 이홍매 /출판: 북코리아/출간: 2022.11.05./정가 19,000원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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