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동포들에게 “살기좋은 도시로 알려져”... 동상시장거리 ‘우즈벡거리’로 불리기도



다섯째날
(1026)


탐방
12 - 경상남도 김해시 다문화마을 

고려인동포들에게 살기좋은 도시로 알려져”... 동상시장거리는 우즈벡거리로 불린다


‘가야 500년의 고도’, ‘2000년 역사’ 속으로 
경상남도 김해시 하면 떠오르는 역사인물이 있다. 바로 김수로왕이다. 한국의 400만 인구의 성씨를 이루고 있는 김해 김씨의 시조이자 가락국(금관가야)의 시조이다. <삼국유사>에는 김수로왕에 대한 신비한 탄생 설화가 나온다. 알에서 태어나 나라(A.D 44)를 세웠고, 나라 이름은 금관가야라는 이야기이다. 또 재위 4년 되던 해에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許黃玉)과 결혼을 해 부부가 합심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라고 전하고 있다. 어찌보면, 한국사회에서 말하는 국제결혼, 다문화의 시조가 바로 이곳 김해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199월 현재 김해시 인구는 54333, 등록 외국인 수는 20181231일 기준 18,688명에 이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국제결혼, 외국노동자 체류자 수가 증가했다.

 

김해시에서 외국인이 많이 체류하는 곳은 김수로왕릉 주변 행정동인 동상동, 서상동, 회현동, 내외동, 부원동 일대이다. 이곳은 한때 김해시의 중심 상권을 이루었던 곳이지만 동상동의 동상전통시장이 있는 동상시장거리는 다문화거리, 외국인거리로 불리우고 있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우즈베키스탄에서 들어온 고려인동포들이 많이 들어와 상권을 이루게 되면서 우즈벡거리라로 불리기도 한다.

고려인 등 외국인이 밀집거주하고 있는 김해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도
고려인 등 외국인이 밀집거주하고 있는 김해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도

 

아시아발전재단-한중문화학당 공동기획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탐방팀은 고려인 동포 집거지를 중심으로 7일간 기획탐방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다섯째 날인 1026일엔 경상남도 김해시를 방문했다.

동상시장 입국에 설치한 다문화홍보관, 한국과 태국의 문화차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동상시장 입국에 설치한 다문화홍보관, 한국과 태국의 문화차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김해시 고려인 동포를 만나기 위해 제일 먼저 간 찾아간 곳은 동상시장거리였다. 이곳에서 생고기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상인은 임대 상가가 나오기만 하면 비싼 임대료를 주고 외국인들이 경쟁적으로 차지해 외국인 상점이 점점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역상황을 들려준다. 동상전통시장 주변은 이미 외국인 상가가 많이 들어서 있다. 저녁시간 때만 되면 이곳 다문화 거리는 외국인노동자로 부쩍 거리고 시끌벅쩍하다.

동상시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
동상시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

 

먼저 동상시장거리를 둘러보았다. 동상전통시장 입구에는 다문화국제시장이라는 문구가 병기되어 있고 위 천장에는 각 나라별 간략소개와 국기 사진이 판넬로 제작되어 부착되어 있었다. 또한 시장 내 상점에는 한국말을 잘 하는 외국인들이 물건을 팔고 나르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구르마에 채소를 나르는 피부색 검은 청년을 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유창한 한국어로 스리랑카에서 왔다고 한다. 수입농산물을 판매하는 매대에 앉아있는 여성들은 베트남에서 온 귀화인들이었다.

전통시장 주변의 동상시장거리는 ‘ASIA MART’ ‘中國食品’ ‘CHAYHANA’ ‘GARUDA’ ‘야타오 베트남쌀국수등 러시아, 태국, 중국, 베트남어 등으로 된 간판을 단 상점들이 이웃해 있다. 이곳도 경기도 안산 원곡동처럼 국경없는 마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민이 운영하는 레표시카 빵집, 화덕에서 직접 빵을 구워 판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민이 운영하는 레표시카 빵집, 화덕에서 직접 빵을 구워 판다.


오후 6시쯤 되니 앞서 지역상인이 말한대로 한산했던 거리가 바빠지고 시끌벅쩍해진다. 시뻘건 불길이 올라오는 화덕에서 구운 빵을 굽는 장면, 갓 구운 빵을 사려고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식당도 사람들로 부쩍거리고, 상가 스피커를 통해 낯설은 외국노래도 간간히 들려온다. 다문화거리 중심 사거리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모여있다. 왜 그런가 보았더니 야외무대에서 청소년들이 K-팝 공연도 펼친다.


김해시 회현동의 한 건물, 한때 한국인이 거주하던 건물이 비어가고 있다. 빈 상점에는 외국인 상가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역주민과 대화..."같이 사는 건 좋은데...문화차이 크니"


탐방 중에 만나게 된 회현동 통장 이종수 씨는 이곳의 변화상을 더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동상동 동상시장거리와 이어지는 회현동의 종로길, 40년 전 버스장류장이 있었던 곳으로 시내, 시외버스가 다니던 복잡한 길이었고 김해시의 중심상권이었다. 주민들이 아파트단지가 형성된 신도시로 이주해 가면서 구도심은 외국인 거주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 내국인 주민의 이주가 더 많아졌고, 상가주인들도 가게를 내놓고 떠나게 되면서 외국인 중심 상권으로 변모해 갔다는 설명이다. 이종수 통장은 고려인 동포들에 대해서 같은 민족, 동포라고 하지만 문화 차이가 크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면서 함께 이웃해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와 기초법 질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해시도 2015년 이후 고려인 동포 유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2000 여명 정도가 김해시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해 서상동 고려인마을에서 만난 고려인 동포들, 장 알레프티나 씨와 친정엄마, 김 나탈라아, 최 류드밀라 씨와 함꼐 장 알레프티나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김해 서상동 고려인마을에서 만난 고려인 동포들, 장 알레프티나 씨와 친정엄마, 김 나탈라아, 최 류드밀라 씨와 함꼐 장 알레프티나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김해시 서상동에서 고려인 동포들과 대화를 나누다

 

사할린에서 온 최 류두밀라와 우즈벡키스탄에서 온 김 빅토르-장 알레프티나 부부

 

2009년 경 영주귀국 사할린동포 500명이 일시에 입국해 김해시에 거주하기 시작했다. 최 류드밀라(60)씨는 그 당시 남편과 함께 한국에 와서 김해시에서 10년간 살고 있다. 러시아 볼고그라드에서 온 장 알레프티나(52)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출생한 고려인으로 2007년 한국에 와서 남편 김 빅토르(우즈베키스탄)와 함께 경기도 안산에서 3년간 살면서 공장일을 하다가 2010년 새로운 직장을 찾아 김해시에 오게 되었다. 김해시로 온 김 빅토르-장 알레프티나 부부는 공장일을 하며 번 돈으로 2013년 서상동에 제일 먼저 러시아식당 ‘Na Ogonyok(나 어가녁, 홍등)’을 열었다. 이들 부부는 주변에 우즈벡 사람들이 우즈벡 식당을 먼저 열자 이들과 차별되는 러시아 식당을 열었다. 식사 중에 나오는 빵도 동그란 모양의 우즈벡 레표시카가 아니라 러시아 흑빵이다. 이후 고려인이 운영하는 여러 개의 러시아식당이 생겼다가 현재는 4개의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한다. 장 알레프티나씨 부부가 김해시에서 와 정착해 살게되면서 부모 형제들도 김해시에 와서 생활하고 있다.

장씨는 김해시는 도시가 이쁘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아이 교육 때문에 김해로 오게 된 김 나탈리아 씨

 

2015년 두 자녀와 함께 김해시로 이주해 와 살기 시작한 김 나탈리아 씨는 아이 교육문제로 김해시로 온 경우였다. 김 나탈리아씨는 할아버지가 한국인이었고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러시아 상떼페테르부르크로 이주 그곳에서 러시아 사람과 결혼하여 아이 둘을 낳았다. 이혼 후 두 자녀와 함께 한국행을 선택하여 처음에는 한국에 먼저 온 고모가 거주하고 있는 아산시 신창에서 생활을 하다가 김해시에 살고 있는 친구소개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주요 이유는 현재 13세 딸(율리아)6세인 아들(플라톤)의 학교공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자녀 동반 고려인 동포의 경우 자녀가 입학할 수 있는 학교를 따라 이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 나탈리아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건축기사 전문직으로 일을 하고,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다가 현재 김해시에서 고려인 및 러시아어권 외국인들을 위한 서류대행 행정 서비스 일을 하고 있다.


[7일간의 기획탐방 취지문]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고려인 동포 집거지를 중심으로[1]

아시아발전재단-한중문화학당 공동기획 제2차 기획탐방을 시작하며...국내 체류 고려인은 84,511(2019.9.30 기준)

한국속에서 아시아를 찾다-고려인 집거지 중심으로 7일간 기획탐방/한중문화학당 기획취재팀

 

·기획: 임영상(한국외대 사학과 명예교수)

·사진: 주동완 (한국외대 지식콘텐츠학부 부교수)

·통역: 정막래 (전 계명대 러시아어문학과 교수)

·정리: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편집국장)


<
동포세계신문은 이번 아시아발전재단-한중문화학당 공동기획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2차 기획탐방으로 실시된 고려인 집거지를 중심으로 한 10월 탐방을 <7일간 기획탐방>으로 구성해 특집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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