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지역학자가 펄벅 문학작품 속에 나타난 다문화사상을 찾다

 

펄벅 작가가 하이를 끌어앉고 있는 그림으로 부천펄벅재단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다. 아래 대표적인 작품 대지(大地)가 한문체로 형상화되어 있다.
펄벅 작가가 하이를 끌어앉고 있는 그림으로 부천펄벅재단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다. 아래 대표적인 작품 대지(大地)가 한문체로 형상화되어 있다.

아시아발전재단-한중문화학당 공동기획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기획취재팀은 지난 714일 중국동포들의 제2정착지로 부상하는 부천 심곡본동을 탐방하던 중에 부천의 진주(珍珠) ‘펄벅(Pearl S. Buck) 작가를 다시 찾게 되었다

 

부천시 총인구는 84만명이다. 등록 외국인주민 수는 24천명(2018. 12.31 기준)인데, 미등록자, 다문화가정 등을 고려한다면 3만여명이 외국에서 이주해 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천시는 국제결혼이주여성이 많고 최근에는 중국동포 이주민이 늘어나고 있어 다문화 도시로 변화해 가고 있다. 또한 1967년 미국의 소설가 펄벅 작가(1892-1973)가 혼혈아동을 위한 소사희망원을 설립해 활동하던 곳으로 지난해에는 유네스코에서 문학창의도시로서 선정되기도 하였다. 부천시는 2006년 소사희망원이 있던 부지에 펄벅기념관을 설립했다. 부천시에서 펄벅 작가의 정신은 더욱 의미있게 각인되지 않을까?

 

지난 614일 열린 2019 펄벅학술심포지움은 펄벅작가를 다시 찾는 자리였다. 심포지움 자료집을 통해 펄벅 작가의 작품세계를 알아보았다.

 

먼저 펄벅과 부천 지역학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서울신학대학교 이희용 교수는 부천지역학의 콘텐츠를 위한 펄 벅의 다문화사상과 대중문화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펄벅 작가의 생활배경을 먼저 짚었다.

1982년에 펄벅은 미국 문화를 가진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생후 3개월이 되어 부모와 함께 중국을 건너가 살았으며, 1910~1914년 기간 동안 미국에서 대학교육을 받았고, 1927~1928년 사이에 일본에서 살기도 했다. 그 후 1934년까지 서로 다른 문화 경험을 가진 지식인으로 중국에서 활발하게 문학활동을 벌였다.
펄벅의 삶에서 구현된 다문화 사상
펄벅은 1941년 '동서협회(East West Association)'를 설립하여 동서양의 문화이해를 즌진시키고자 하였으며, '웰컴하우스(Welcome House)'를 설립하여 아시아 지역 주둔 미국과 현지 여성들 간에 태어난 혼혈아동들을 돌봄으로써 문화 차별과 문화 거부에 맞서 서로 다른 문화와 대림된 시각에 대해 포용과 존중이라는 가치를 보여주었다. 이런 다문화 존중의 가치와 사상의 실천이 1965년 펄벅재단 한국지부를기점으로 타이완, 필리핀, 베트남 그리고 태국 등으로 이어졌으며, 특히 1967년에 부천군 소사읍 심곡리에 '소사희망원'이 세워져서 한국의 다문화 아동들을 위한 사회복지 활동으로 구현되었다.


이런 삶이 문학속에 그대로 녹아 있음을 이 교수는 짚어낸다.

동풍과 서풍(1930)은 문화적으로 우월성과 차별성을 넘어 문화적 상호존중 사상을 담고 있는 펄벅의 주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전통문화를 유지하려는 사고방식과 새로우면서도 이질적인 문화를 수용하려는 사고방식 사이의 갈등, 동양문화와 서양문화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어떻게 균형점을 찾으며 해결해 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피오니(1948)는 서로 다른 민족 간의 애증관계를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여기서는 민족 간에 그리고 종교 간에 서로 다른 문화로 발생하는 갈등의 폐해를 다룰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종교의 바탕에 있는 공통성과 갈등 극복을 위한 문화적 화해와 융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북경에서 온 편지(1948)에서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이념적,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그리고 서양적 종교의식과 동양적 문화의식의 차이에서 오는 혼혈인의 고통과 갈등을 조화로눈 이해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숨겨진 꽃(1948)에서는 미국인과 일본인의 민족 정서의 차이에서 오는 사랑의 어려움과 파국을 그리면서 혼혈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펄벅 작가가 1967년 부천에 소사희망원을 설립한 배경 또한 한국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희용 교수는 한국을 소재로 한 펄 벅의 소설 세 편도 소개했다.

한국에서 온 두 처녀(1951), 살아 있는 갈대(1963), 새해(1968), 이 중에는 편협하고 폐쇄적인 자국 중심 문화사상을 넘어서는 펄벅의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과 개방적인 다문화적 사상이 담겨 있다. 특히 새해에서는 한국의 혼혈아를 중심으로 가족사를 다루고 있지만 서로 다른 문화와 상황 속에 있는 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넘어선 보편적인 사랑이 나타나고 있다.

 

 

펄벅의 다양한 문학 작품 속에는 자기 정체성을 추구하려는 인간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대지>, <아들들>, <분열된  집안>은 19세기 말부터 삼대를 내려오는 왕룽이라는 중국의 한 가문의 일대기일 뿐만 아니라 그 시대 중국의 사회상을 담고 있는 사회역사 소설의 성격을 띠고 있는 작품들이다.
 <대지>에서 왕룽의 정신이 깊이 뿌리박고 있는 땅은 "그에게 모든 인생의 번뇌와 고통을 말끔히 씻어주기도 하고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기도 하는 치료제이자 강장제이다." 즉 땅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인간의 터전이고 뿌리이다. <아들들>에서 사히적 환경에 따라 서나게도 악하게도 변할 수 있는 인간의 현실적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분열된 집안>에서는 미국문화와 중국문화라는 두 문화 속에서 갈등을 겪으며 자신의 뿌리인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주인공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중국에서 자라난 정신적 혼혈아

 

한국펄벅연구회 최종고 회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주제발표 논고에서 펄벅의 작품세계를 이렇게 압축해 소개했다.

 

혼혈아를 위한 재단을 세워 인도주의 작가로 알려진 펄벅은 작가의 최대 사명은 동·서양의 벽을 허물고 인류의 복지사회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자라난 스스로를 정신적 혼혈아라고 불렀다. 작가의 인도주의 정신은 그의 모든 작품에 흐른다. 그는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모든 작품의 에센스는 이 지상엔 사랑이 없으면 공포가 있을 뿐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팔벅은 노벨상까지 받은 서양 작가로 한국에 직접 와서 보고 한국은 고상한 민족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이다라고 극찬하였고 그것을 증언하기 위해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장편소설까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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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부천펄벅기념관을 가다(1) 펄벅 작가와 소사희망원


한중문화학당 기획취재팀
정리: 김용필(동포세계신문 편집국장)
<본문은 아시아발전재단-한중문화학당 공동기획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기획기사로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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