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일 통일부 후원,...‘동포 타운'의 선주민·이주민 관계와 지역 거버넌스에 대하여

‘동포 타운'의 선주민·이주민 관계와 지역 거버넌스

 

김용필(동포세계신문 대표)

 

-주최: 인하대학교

-후원: 통일부

-주제 : 먼저 온 통일, 국내 체류 중국 동포와 사회 통합 

-추진일자 : 2016년 12월 2일(금) 15:00-17:30

-장소 :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 회의실(서울 대림동)

  

【1】 들어가는 말

  본 토론회의 주제 ‘먼저 온 통일, 국내 체류 중국동포와 사회통합’를 접하고, 또 이 토론회가 통일부가 후원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이 주제는 필자가 2000년초 중국동포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게 된 이유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1997년 환경문제를 주로 다루면서 안보 라든가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내는 <신문고>라는 월간잡지사에서 기자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나는 환경운동에 더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였다. 당시는 환경운동이 한국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때였다. 그런데 월간 신문고와 환경단체의 고문으로 계시던 분(오제도 변호사, 이 분은 당시 이름만 대면 누구나 거의 다 아는 유명한 분이셨음)이 1999년 9월 <사상21세기>라는 월간지를 창간하는데 필자는 <사상21세기> 편집부장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 당시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고, 북한정권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는 보수진영이 수세에 밀리고, 북한을 포용해 개혁개방을 이끌어내자는 햇볕정책을 펼치던 시기였다.   

 이 때 창간된 <사상21세기>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북한정권에 퍼주기 정책이라며 비판적 입장에 있는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북한 공산주의에 맞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역할을 해온 분들의 이야기 등을 실었다. 나는 당시 늘어나기 시작한 탈북자 관련 소식(황장엽 선생이 망명을 와서 오제도 변호사와 의형제를 맺기도 함)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남북문제와 통일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보게 되었고, 더 나아가 미국, 중국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한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기회도 갖게 되면서 나름 시야를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2000년 서울조선족교회에 부목사로 있던 최황규 목사(현 서울중국인교회)를 통해 국내 체류 중국동포를 위한 동북아신문을 창간하는데 함께 하면 좋겠다는 제의를 받고 준비호를 만들 때부터 활동하면서 처음으로 조선족동포를 접하게 되었다.

 그 당시 상황을 볼 때, 나는 월간<신문고>, <사상21세기> 기자로 활동하며 나름 한국사회의 주류층을 이루고 있는, 남한의 체제가 북한의 체제보다 월등히 우수하다고 생각하고 공산주의보다 민주주의가 월등하다고 생각하는 보수계층을 많이 접하고 보수인사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어, 나의 통일문제 접근방식도 이 영향을 받게 되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반대해 보수단체는 줄곧 성명서를 발표하고, 거리시위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시대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도 듣곤 했다.

 한국사회는 크게 진보와 보수라는 양대 세력이 대치하고 있다. 진보도 남북통일을 이야기하고 보수도 남북통일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남북통일을 이루느냐 하는 데에서 차이가 있다. 문제는 진보나 보수나 입으로는 남북통일을 주장하지만 왠지 통일에 대한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한국사회는 남과 북이 분열되어 대치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이 분열되어 있었다. 노동, 환경, 교육, 지역문제 등을 보면 좌(진보)와 우(보수)로 갈리어 첨예하게 대립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서로를 이해하고 뭔가 해답을 찾고자 하는 노력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 무조건적인 반대논리만 찾고 서로 공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생각, 한반도 통일은 요원한 것이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서울조선족교회에서 접하게 된 조선족동포들을 알게 되면서 나는 진정한 한반도 통일을 하고자 한다면 한국사회가 조선족동포들을 우선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한국사회는 내가 본 바에 의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국에 들어온 조선족동포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교회 목회자들이 주를 이루었다. 교회 목회자들은 선교활동이라는 측면도 있었지만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속에서 조선족동포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데 앞장 섰다. 하지만 한국정부, 한국사회는 조선족동포를 바라보는 시각은 동포라는 인식보다 ‘외국인’, ‘중국인’이었고, 불법체류자, 외국인노동자, 조선족이라는 한국사회에서 낯설은 사람들이자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필자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한테 “한국인이면서 어떻게 해서 중국동포에 관심을 갖게 되었냐?”는 질문을 빼놓지 않고 듣게 된다. 목회자도 아닌데 일반인이 중국동포에 관심 갖고 활동해왔다는 것에 대해 잘 납득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질문에 대해서 지금껏 필자는 속심의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이야기 한 적이 별로 없었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인 것같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에서는 나의 속심을 분명하게 밝히고 싶다.

 “한반도의 남북통일을 진정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조선족동포 200만을 먼저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생각했고, 목회자가 아닌 일반인인 내가 한국인으로서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30대 청춘을 중국동포와 함께 하며 보내왔고, 현재 47세 나이가 된 지금까지도 예전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신문을 발행하며 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금은 한국정부나 한국사회에서 조선족동포를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발전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중국경제가 급성장하였고, 다방면의 한중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족동포들의 역할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는데다가, 2015년 광복70주년을 맞이하면서 남북통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통일에 있어 재외동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조선족동포의 역할론도 대두되는 등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번 토론회에서 필자에게 주어진 발표주제는 “‘동포타운'의 선주민·이주민 관계와 지역 거버넌스’이다.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조선족 동포들이 밀집거주하고 있는 ‘동포타운’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동포타운’이라는 용어는 필자가 2003년 가리봉동에서 중국동포타운신문을 발간하면서 보편화된 용어가 되었다고 생각되는데, 동포타운이라는 용어는 남북통일을 민족통일의 관점에서 바라본 의미있는 고유명사라 생각된다.

 가리봉동에서 시작된 중국동포타운은 분명 차이나타운, 조선족마을, 연변거리 등과 차별된 명칭이다. 필자는 2003년 3월 서울조선족교회에서 발행하고 있는 동북아신문을 그만두고 배회하다가 2003년 5월경 가리봉동을 다시 찾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신문을 발간하게 된다.

 3년간 서울조선족교회에서의 활동은 분명 도움이 손길이 필요하고 피난처가 필요했던 조선족동포들을 위해서 필요한 활동이었지만, 교회라는 속성이 있었고 한국인에게 당한 조선족동포를 돕는 활동엔 적극적이었지만 조선족동포와 한국인 간의 관계회복에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조선족동포는 피해자이고 한국인은 가해자 신분으로 놓고 다소 조선족동포 편만 드는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목회자 신분이 아닌 내가 교회에서 활동하는 것도 한계를 느꼈다. 새로운 모델을 찾을 필요가 생겼다.

 그 모델이 중국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가리봉동이었던 것이다. 2000년초부터 접했던 가리봉동은 정말 어두컴컴하고 초라한 곳이었다. 그러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 자진신고자에게 1년간 출국유예 정책을 펼치면서 가리봉동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번화한 연변거리가 연상될 정도로 중국동포 상업거리가 형성되고 독특한 지역이 된 것이다.

 필자는 가리봉동이 남북통일과 민족통일의 실험마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동북3성에 흩어져 있던 조선족동포들이 이곳에 모여 살고, 가리봉동에 거주하는 조선족동포들 북한에 친인척이 있는 사람들도 있어 북한체제도 익히 아는 가운데 남한사회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라는 독특성이다. 이것은 가리봉동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곳곳에 형성된 중국동포 밀집거주지역이 그런 특성을 갖고 있을 것이다. 2003년 5월 필자는 가리봉동에 들어와 살면서 이곳을 한국사회에서 독특하면서도 의미있는 마을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2003년경만 해도 가리봉동에는 상가를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 내국인(가리봉 주민)이 많았다. 이들은 조선족들이 주 고객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조선족에 대한 이해가 많은 편이었다. 조선족이 중국인이라기 보다 한민족의 일원으로 ‘동포’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고 가리봉동을 ‘동포타운’이라 부른 것에 대해서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실례로 2004년 초 가리봉시장 입구 아치형 간판에 ‘동포타운’이라 크게 쓴 것을 지금도 볼수 있다. 가리봉 시장 상인들이 직접 만들어 걸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가리봉동을, 대림동을 중국동포타운으로 명명하자고 하면 과연 어느 정도 수긍할까? 내 판단으로는 다소 회의적이다. 가리봉동은 중국동포타운으로 발전해 갈 수 있었지만 2005년부터 10년 가까이 재개발 늪에 빠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대림동은 차이나타운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본다.

 서울시가 서남권 중국동포 밀집거주지역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동포타운’이라는 인식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차이나타운’으로 특화시켜나가는 쪽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이는 조선족동포을 같은 민족, 동포라는 인식보다는 중국인으로 보는 인식이 더 강하고 차이나타운 거리로 특화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경제적 관점이 우선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한반도 통일과 조선족동포와의 올바른 관계 정립을 위해서라도 조선족동포 밀집거주지역을 동포타운으로 인식하고 명명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본 토론회를 통해서 한반도통일과 중국동포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국내 체류 체류 조선족동포와 내국인과의 관계 회복과 사회통합 방법을 토론하면서 나름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문제의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2】 본문 

    1. 한반도통일과 중국동포 역할에 대한 고찰

  대한민국 미래 발전과 한반도통일에 있어 중국동포의 역할은 어느 정도일까? 먼저 재외동포재단이 2011년과 2013년에 실시한 국민인식조사결과가 좋은 참고가 될 것같다. 

 2013년도 조사기관 명지대학교 청소년활동연구소, ㈜한국리서치를 통해 본 ‘대한민국의 국가발전과 민족통일 과정에서 재외동포의 역할’에 대해서 국민인식도는 미국․캐나다동포(50.8%)와 중국동포(26.8%)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국민인식이 일본동포(7.0%), 호주․뉴질랜드 동포(4.4%), 동남아동포(4.0%), 유럽동포(3.6%), 러시아 CIS동포(2.0%) 순으로 나타난 것을 볼 때, 미국․ 캐나다 동포 다음으로 중국동포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11년도에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서는 중국동포가 31.9%로 미국․캐나다 동포(23.1%)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2015년 8월 26일 재외동포재단은 광복70주년을 맞이하여 “한반도 통일과 재외동포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재외동포전문가포럼을 개최하였다. 이 포럼에서 박명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은 ”다양한 한인 공동체의 장점들을 결집시켜 통일과 평화의 역량을 묶어내는 우리의 전략과 지혜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700만 재외동포 한민족공동체는 재일조선인, 재중조선족, 중앙아시아 고려인, 미주한인 등 지역마다 제각각의 이름과 특징을 갖고 있는 가운데, 모국의 정치 경제와 상호관계를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모국의식과 모국지향의 움직임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들을 연대시키고 통일한국을 추동하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박명규 원장은 발표했다.

 본 포럼에서 중국동포와 관련하여 우병국 동덕여자대학교 한중미래연구소 연구교수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1992년 한중수교 이후에는 재중동포 사회에서 한반도 정세와 민족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남북통일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재중동포들은 중국의 국민으로서 살아가고 있지만 대체로 남북한을 모두 모국 또는 고국으로 생각하며, 정서적으로는 아직은 북한과 가깝고 경제적으로는 한국과 더욱 밀접하다. 비록 조속한 모국의 통일을 바라지만 결코 북한식 통일은 바라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위 두 학자의 발표를 보면, 조선족동포들이 모국(남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고 통일에 대한 관심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체류 중국동포들의 남북통일에 대한 의식은 어떨까?

 우병우 교수의 발표문을 좀 더 인용하면,

 “재중동포들은 한반도 평화정착과정 및 통일 과정에서도 직, 간접적으로 개입해 오고 있다. 재중동포는 남북한 간의 불신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남이나 북이나 모두 동포로 인식하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공정한 입장에 서는 중개자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다. 즉 재중동포들은 남북한 관계에서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유리한 입장을 활용하여 남북한 간의 화해와 경제교류를 촉진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예볜, 베이징, 단둥, 선양 등지에서 북한과 연계를 맺고 있는 재중동포 가운데에는 혹은 학술교류의 측면에서, 혹은 문화교류의 방면에서 남북접촉 혹은 교류의 장을 제공했고, 또 일부는 남북한 상사간의 상담을 주선하고 중개무역을 알선하면서 자신들도 돈벌이의 기회를 포착해 왔다”

  한국에 온 조선족동포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은 어떨까?

 2015년 한국외대글로벌콘텐츠연구센터에서 실시한 20~30대 한국청년들의 ‘중국동포 이미지’ 인식조사결과를 보면, 조선족 용어보다 중국동포 용어가 한민족의 동질성 차원에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조선족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인식하는데에는 한국언론매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은 결론에서 “한국인 중국동포사회의 화합을 위해서는 상호교류와 상대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지만 서로 상대방의 이해를 먼저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위 연구조사 등을 볼 때, 한국 국민은 조선족동포가 대한민국 미래 국가발전과 민족통일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하는 것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국내 체류 중국동포와 내국인과의 관계 회복에 대해서

 그렇다면 실제 조선족동포와 한 동네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지역주민)들의 인식은 어떨까?

 필자는 가리봉동의 경우를 이야기해보겠다.

 가리봉동에는 중국동포식당이 많다. 가리봉지역민 중에서 중국동포식당에서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지난 9월 초 가리봉동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박일안 위원장 등과 중국동포식당에서 음식을 먹게 되었는데 박일안 위원장은 “가리봉동에 살면서도 중국동포식당에 온 것이 처음이다”고 말한다. 지역주민 중 중국동포식당에 와서 한 두 번이라도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가리봉 지역민과 중국동포가 만나 간담회 같은 모임을 갖게 되면 으례 나오는 이야기는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이다. 중국동포가 마을에 들어와 지저분해지고 마을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지역민들을 만나게 된다. 실제 가리봉동의 경우 내국인이 타지역으로 이주해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가리봉동뿐만 아닐 것이다. 중국동포 밀집거주지역이 격고 있는 공통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

참조할만한 것은, 한국외대글로벌컨텐츠센터에서 실시한 2015년 중국동포 이미지 조사에서 절대 다수의 한국인들이 중국동포 사회 방문경험이 없다(86%)고 나타났다. 이만큼 한국사회에서 중국동포밀집거주지역(중국동포상업거리)은 일반 한국인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섬과 같은 지역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월 초 인하대학교에서 50대 성인을 대상으로 중국동포 이해교육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중국동포가 많이 살고 있는 가리봉동이나 대림동에 와 본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거의 반응이 무서워서 선뜻 가게 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 무엇이 무서우냐고 물으니 뚜렷하게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지만 언론매체에 비친 중국동포 관련 강력사건 등 영향을 받은 탓도 있고, 또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가리봉동이나 대림동처럼 외국인이 집단거주해 주거지와 상가를 이루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들만이 사는 지역’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조선족 정체성’에 대해서 매우 궁금해 하며 묻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들어온 지가 25년이 넘는다. 80만명에 이르는 재한중국동포들은 한국사회 곳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국 국민들과 중국동포는 같은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이웃하며 살아가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같다.

 하지만 중국동포 밀집거주지역을 중심으로 희망의 불씨를 찾아볼 수 있다.

 그 사례를 보면, 가리봉동은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역민과 중국동포가 어울러져 마을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가리봉동주민들이 가리봉동을 ‘동포타운’으로 만들자는 데에는 생각이 못미치지만 중국동포와 함께 하려는 주민협의체의 관심은 늘 있다.

 가리봉동을 벗어나 올해 시흥정왕동 중국동포 오성호씨, 수원 지동 강흥걸씨 등의 활동을 보면 그 지역에서 오래 살면서 지역주민들과 호흡을 맞춰 중국동포공동체와 지역주민 간의 이해도를 높이며 중국동포와 지역주민을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펼침으로써 지역에서 중국동포 이미지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동포 밀집거주지역에서 중국동포와 지역민을 위한 봉사활동과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기여하는 중국동포 활동가들이 나온다면 중국동포 밀집거주지역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 생각된다.   
            

 3. 중국동포집거지에 대한 지방 정부의 역할

  지난 11월 21일 구로2동 일일동장 현장체험 행사로 동포세계신문사에서 중국동포와 대화의 시간을 가진 이성 구로구청장은 “내년도부터는 중국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4개 동, 구로2동을 비롯해 가리봉동에 중국동포를 명예통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히고 “중국동포 주민의 요구로 중국동포 출신도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요원(유급)으로 채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가리봉동, 구로2동 등에는 중국동포 출신 귀화자가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같이 중국동포 밀집거주 하는 동은 중국동포 출신을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해 활동하게 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은 지역사회에서 중국동포를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데 지역민에게 중국동포를 이해하게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성 구청장의 중국동포 주민에게 ‘명예통장’ 부여는 이웃해 살고 있는 지역민과 중국동포 간의 교류를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시는 중국동포가 밀집거주하고 있는 서울 서남권(구로구, 영등포구, 금천구, 관악구, 동작구)을 중심으로 여러 방면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다문화 외국인 범주에서 별도로 중국동포 특성에 맞는 정책시행 필요성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2013년 11월 발표된 연구조사(책임연구원 양한순 아주대 교수) 결과보고서를 보면, “중국동포와 다른 외국인주민을 같은 범주로 다루는 현재의 정책은 실행과정에서 심리적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외국인주민정책이 보다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중국동포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냈다. 

  이 보고서는 중국동포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정책 개발필요성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본 연구조사에서 나왔듯이, 국내 중국동포들은 주민관계, 경제기반, 문화적응, 주거환경 등 여러 면에서 전면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으며, 다른 어떤 외국인 집단에 비해서도 더 많은 사회통합의 조건을 갖고 있는 집단이다. 따라서 좀 더 효과적인 정책이 뒷받침 된다면 국내 이주민 집단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회통합의 사례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국내 외국인 이주자 집단에 대한 정책은 주로 “다문화”란 이름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이런 “다문화” 정책이 많은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한국은 앞으로도 그러한 다문화 정책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중국동포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다문화”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고, 심리적으로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다수 중국동포들은 자신들이 다른 외국인 집단과 같은 사람들이라고 여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구 규모에 있어서도 서울시의 중국동포 집단은 전체 서울체류 외국인의 57%를 차지하고 있는 집단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중국동포들만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정책은 “다문화”란 이름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중국동포”나 “재외동포” 등의 이름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시의 연구조사는 국내 체류 중국동포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 시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한 지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중국동포 맞춤형 정책을 펼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이유는 역차별 논란과 지역주민의 반발 등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서 일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필자는 중앙정부도 심적으로는 중국동포에 대해서 ‘재외동포정책’을 펼치고 싶지만, 법무부, 외교부, 노동부 등 관계부처마다 입장차이가 있어서 실현단계에 어려움이 많았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투표권을 갖고 있는 지역주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중국동포 맞춤형 정책을 펼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같다.

  그러나 여기서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정부기관이 중국동포 맞춤형 정책을 펼침에 있어서 정책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지”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고, 중국동포뿐만 아니라 지역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발적 참여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동포단체들은 정부에 대해서 차별한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다문화’명칭을 부치고 지원금을 받는데 관심이 높았다. 그렇게 해서 자금지원을 받고 나서 문제가 발생해 이미지만 나빠지는 현상도 일어났다.

 그리고 자생적으로 생긴 중국동포단체의 면면을 볼 때 지역문제 현안을 함께 고민해 나가는 일원으로 참여하는 데에는 전문성을 갖고 있는 인력이 없고 지역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하고 지역민과의 관계형성에 있어서도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중국동포 밀집거주지역의 발전모델은 쌍방향 의사소통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중국동포와 지역민, 동포전문가, 정부기관이 조화를 이루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중국동포가 주민대비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조례를 제정한다라는 기준을 마련하고, 정부지원금에 대해서는 균형예산을 펼쳐 중국동포와 지역민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역차별’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는 것, 지역 공무원과 직능단체를 통해 중국동포와 주민들간의 이해교육과 소통의 창구를 넓혀가 한민족 동질성을 회복해 가는 노력, 그리고 마을공동체 문화행사 등을 통해 중국동포도 지역주민의 주인정신을 가져 소속감을 갖도록 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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