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정신, 행복한 삶, 조선족에 대하여

 지난 613일 오전 구로구민에서 열린 구로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주최 조정래 작가 초청 특강 정글만리로 보는 중국의 변화상과 한중관계”, 강연 중에 나온 주요 메모를 보며 작가의 정신, 행복한 삶, 조선족에 대한 작가의 어록을 정리했다.

 

 “우리가 조금 잘 산다고 조금 있다고 없는 사람 무시하지 말라

한국의 현실을 꼬집어 이야기한 조정래 작가의 말이다. 교육부 국장급 공무원이 국민을 개, 돼지라고 한 말이나 지난 정권의 사드배치문제, 정신대 위안부 한일 정부간 합의 문제 등은 결국 보면 국민을 무시한 데에서 나온 것 아니냐며 열변을 토한다.

어째서, 5개월 동안이나 그 추위에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서 있었나요?"

얻어 먹는 자의 아픔과 슬픔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이다. 너는 짓밟혀도 돼 하는 것에 우리가 자존심을 세우지 못하면 또 짓밟히고 말 것이다. 이것 아닙니까?”

정부가 국민을 무시하면 우리는 또 촛불 들고 나간다.”

우리가 조금 잘 산다고 조금 있다고 없는 사람 무시하지 말라. 석가모니, 베풀어라 끝없이 베풀어라. 도와주고 기억하지 말라. 그러면 행복하다. 예수, 이웃을 사랑하라. 원수를 네 몸처럼 사랑하라. 이렇게 살면 누구나 다 석가모니요, 예수요. 행복한 삶을 사는 것 아닙니까?
조정래 작가는 나는 다시 태어나면 성직자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행복한 삶이란 우리를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욕심, 탐욕을 버리는 삶이었다.

작가의 정신은 할 말은 하고 당당함에 있다

아들에게 손자에게 부끄러운 작가가 되면 안 된다. 후손에게 부끄러운 작가가 되지 말자

글을 쓴다는 것은 공간을 극복해서 영원히 살기 위해서 문자를 만들었다. 문자의 힘이다.”

이 말을 끝으로 맺은 조정래 작가의 1시간 강연을 마쳤다.

나는 작가의 말을 메모하면서 절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자세를 다시 추슬러보게 된다.


이어 청중 몇몇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그 중에 흑룡강성에서 왔다는 중국동포 여성도 한 명 있어 반가웠다. 강연을 듣고 너무나 감동을 받아 용기 내어 말을 한다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조선족 방선옥씨,

조선족이 한국 땅에 와서 쓰레기봉투로 문젯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가교역할을 하는 당당하게 살아가는 조선족이고 싶습니다. 한국의 영광, 중국의 영광을 위해서 양국의 천사로 살아가는 조선족이고 싶습니다.”

이 말은 한국에서 조선족에 대해 저평가되어 있고 안타깝다는 의미로 들렸다. 조정래 작가는 말한다.

중국의 소수민족 조선족은 중국 인구의 0.1%, 200만에서 250만인데 한국과 중국 각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연변 조선족이 해체 위기에 있다. 조선족여성이 한족과 결혼하면서 한족으로 동화되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아리랑>을 소개한다.

12권의 대하소설 <아리랑>은 조정래 작가가 5년간 한국일보에 집필하여 1995년에 완간한 소설이다. 일제강점기 때 민초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투쟁의 역사를 담아낸 소설 속에는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조선인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전반부에는 한반도에서의 아리랑 이야기라면 후반부는 한반도 밖에서 아리랑 이야기이다. 조 작가는 한반도 밖의 아리랑을 쓰기 위해 밖으로 다녔다. 90년대 초반 한중수교가 이루어지기 전 200달러를 비자 브로커에게 주고 비즈니스비자를 받아 중국으로 들어가 만주일대에 퍼져있는 아리랑을 찾아 다녔다.

조선인들은 만주땅에 가서 내 땅인 줄 알고 농사를 지었는데 마적떼들이 들어와 조선인들은 30%를 상납하고 나머지 돈으로 살아갔는데, 소작인들은 한달간 밥을 먹고 나머지는 죽을 먹어야 했던 그 시절에 조선인은 나머지 70%를 가지고, 군전, 학전, 식전으로 나누었습니다. 군전은 독립군 지원으로, 학전은 배움에, 그리고 식전은 먹는데 이렇게 살아온 것이 아리랑에 나오는 중국 만주로 건너간 조선인(지금의 조선족)의 삶입니다.”

조선족은 이중성이 있어요. 모국은 한국입니다. 나라 국적은 중국입니다.”

아리랑을 쓰기 위해서 연변으로 들어가 할빈으로 800리를 더 들어가 보니 그곳에 전라도 정읍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는 거예요, 그들과 만나 막걸리를 마시고, 아리랑의 마지막 장면이 바로 이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방선옥씨의 질문에 대해 조정래 작가는 아리랑에 나온 중국 만주에서 파란만장한 시대를 버텨 살아온 우리 민족의 삶을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둔다. 그리고 조선족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의 소설 <아리랑>을 읽어보라는 뉘앙스도 깔려있다.

아리랑, 그 마지막 장면 정말 잘 썼어요.”

하며 조정래 작가는 웃음과 함께 손을 들어 청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강단에서 내려왔다.

[노트북을 열며=김용필
동포세계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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